천.년.나.무 - 말없음으로 천년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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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충모 작성일21-11-14 21:1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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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협회=구충모 기자]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을 걱정하는 인간들 역사 바로 세우기'란 말을 감히 감행하려했던 어리석은 군상들은 제 자리에서 말없음으로 천년을 살아 낸 나무들을 다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나무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지구에서 3억년간 살아 온 것으로 만추에 노오란 은행 잎만으로도 황금빛 생명력의 상징이다.
경기도 용문사 국립공원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만 47미터에 이르러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생긴다. 건축물의 층수로 따지면 14~15층 정도로 일본 미야자키현 48미터 은행나무와 동양 최대의 크기와 높이를 다툰다.
용문산중의 상원사길은 산에서도 살짝 비켜나 있어 소란스런 인적과는 섞이지 않은 신비함과 초자연의 기품이 있다. 신라 마지막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 심었다는 설로 따져보면 1,100년의 수령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시각으로도 생육기간이나 자태로 보아도 족히 천년은 넘고도 남을 용문산 은행나무는 세종 때 당상관의 벼슬을 받은 최초의 '벼슬' 나무로 기록되어 전해져 오고 있다.
강원도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는 800년 수령에 높이 32미터 정도이나 품이 넉넉하다. 주변은 불편하기 그지 없는 원시 자연 그대로인데 인파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순전히 은행나무의 기품과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자태 외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도 명소다. 해가 뜰 때의 뜨거운 기운과 해 질 녁떨어지는 낙조는 금물결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한다. 다정한 금쪽 이파리들의 향연은 멀리서 가까이서 어디서 보아도 신비한 생동감을 준다.
서울 문묘 인천 강화 전등사 강릉 주문진읍의 장덕리 은행나무 등 수행과 일상 속의 친근한 은행나무는 나무를 베거나 옮기지 않았던 선조들의 지혜로 지역의 명물이 되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는 임하댐의 건설로 나무가 수몰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수자원공사측과 나무이식 전문가 조언과 주민들의 단합으로 680톤의 나무를 4년간의 공사를 통해 옮겨 이식에 성공한 뒤 700년의 수령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 은행나무는 수령 1500년으로 우리나라 최고다. 누군가 가꾸어 홀로 선 자리에서 1000년을 넘게 살아 낸 나무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며느리 3대 4대 5대를 보았을 것이다.
충청북도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 청안초등학교는 1911년 세워졌으나 1000년 은행나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얼마나 오랜 세월 보았겠는가!
산비탈에 계곡 깊은 곳에 들판에 자리잡고 선 자리를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켜 낸 나무는 누군가의 보살핌과 자연의 조화로움으로 우리 인류문화사를 바라 보고 있다. 자연과 나무 그래서 고귀하고 위대하다.
이런 자연 앞에 사람들은 좀 더 겸손해야 하겠다. 권력은 무상하고 인걸은 세월 앞에 속수무책이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며 계절에 순응해 옷을 벗고도 삭풍한설을 이겨 내고도 말없음을 다시 꽃을 피우는 수고을 아끼지 않았던 나무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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