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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기레기와 기러기#12] 외압·특혜… 한국언론 "갈 길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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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중희 작성일20-10-14 17:4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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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은 안으로 굽는다… 누구보다 기자가 경계해야 할 ‘내로남불’  

기자들 자체운영 독일 연방기자단… 출입처 구조, 특혜로 보는 이유 


[전국기자협회] 기자의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균형있는 사고’와 ‘사물의 실상을 보는 통찰력’이다. 


필자는 최근 여야 국회의원이 한 방송에 나와 특정 언론사와 종교를 조롱한 것을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려 했다. 그런데 결국 중간에 작성을 포기했다. 이 보도가 중립의 시각을 가진 건지, 편향된 시각을 주진 않는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의원들이 언급한 언론사와 종교에 우호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양쪽에 친분이 있는 지인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비판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자문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누구보다 기자가 경계해야 할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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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기자의 균형있는 사고와 통찰력은 ‘개인적 친분’이나 ‘기자가 가진 정치관·종교관·세계관’에 의해 편향을 띄게 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있듯 나와 상관없는 일에는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나와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태도가 달라진다. 물론 사람이기에 팔은 안으로 굽고 피가 물보다 진하게 작용하지만, 적어도 기자는 항상 편향적 사고를 지양해야 한다. 기자의 보도는 단순히 개인의 시각을 표현함에 그침이 아니라, 그가 여론을 형성하고 대중에게 특정한 시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문장의 줄임말         


글로밥상의 자체조사 중 “대한민국 언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이라는 질문에는 ▲부풀리기 ▲선동질 ▲어그로끌기 ▲퍼날르기 ▲권력의 하수 ▲키보드 살인자 ▲관심끌기 ▲치우침 ▲입맛에 맞는 보도 등 언론의 편향된 시각을 내포하는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물론,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보도의 객관성에 있어 언론이 이익과 운영에 치우치면서 대중의 신뢰도를 잃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달 글로밥상이 ‘한국 언론 신뢰도 및 이미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중 9명(87.9%)이 한국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거짓·허위보도 ▲정부·기업 자본과의 유착 및 편파보도를 들었다. 이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열린 ‘2019~2020 언론 세미나’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진영‧광고주‧취재원 등으로부터의 종속에서 벗어나 언론인 스스로 '집합적 정체성'을 만들 때가 됐다”며 “1930년대 미국 언론인들이 위기 국면에서 객관주의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실천규범을 마련했던 것처럼, 갈등에 대처하기 위한 준거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자들이 윤리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함께 참조할 수 있는 '서로 조화하는 이념의 집합'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이 문제"라며 "이런 조건에서 외부의 간섭은 타격이 되어 상처를 남기고, 그런 간섭에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 채 상호 비판과 비난을 이어가는 일은 상처를 헤집는 고통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외부의 간섭과 타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언론을 망치고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내란이 일어났을 때 외세의 침략이 더욱 잦아지는 원리와 같다.  


▲기자들 자체운영 독일 연방기자단… 출입처 구조, 특혜로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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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독일 메르켈 총리)


기자가 자본논리 앞에서 외부 간섭과 타격을 받으면,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십상이다. 회사도 운영자의 입장에서 직원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기자들이 외부 권력의 종속에서 벗어나 서로 뭉쳐 자립을 돕는 바른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9월 12일 ‘미디어 오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출입처의 개념이 없다. 출입처 구조는 기존에 등록된 특정 기자와 언론사의 독점 생태계를 양산한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기자가 출입처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주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기자들 스스로 조직을 꾸려 시민사회단체와 같은 개념으로 기자단을 운용한다. 대표적인 단체는 독일 연방기자단이다. 이들은 도리어 자체 기자회견장을 설립해 정부 인사가 기자들을 찾아오게 만든다. 인사를 ‘초청’하는 방식이다. 이렇기 때문에 정부 측의 특혜를 받을 이유도 없다.  

      

미디어 오늘은 “독일에서는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미디어를 만들 수 있다. 제대로 일하는 것만 증명한다면 연방 기자단 가입도, 보도자료를 받는 일도, 기자증을 받는 일도 어렵지 않다. 특정 소수 그룹에 정보가 우선적으로 가는 것을 ‘특혜’라고 보는 이유”라고 했다.  


또한 중립성을 지키려는 기자 개인의 신념과 노력도 그만큼 중요하다. 


안병찬 언론인은 “기자의 균형 있는 사고는 나무만 보고 숲은 모르거나 숲만 알고 나무를 못 보는 것을 막아준다”며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사회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작용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말과 행동에 표리가 있고 흑백이 있어 그것으로부터 올바른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균형 있는 다각적 사고기능이 있어야 진실을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이 ‘균형’과 ‘사물의 실상을 보는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언론 환경과 기자들의 마음을 함께 바꿔 나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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