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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기고] 선거판은 구려도 '꼴찌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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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1-29 16:4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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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선거의 현실과 나아갈 길 


[기고=조항준 공인중개사소식지터 발행인] 지난 11월 2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13대 회장 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 35.9%를 기록하며 이종혁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금권‧조직 선거의 벽… 이변 없는 선거판

그간의 회장선거와 같이 이변은 없었다. 조직선거와 금권선거의 관행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이 악습을 끊어내지 않는 한 공명선거의 실천은 요원(遙遠)하다.


특히 이번 선거는 공정성을 넘어 돈의 영향력이 다분한 금권선거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입후보자의 선거등록금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인상해 회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선거규정의 개악과 함께 치러졌기 때문이다. 입후보자의 등록금과 법정 선거비용을 일정 득표율에 따라 보전하는 공직선거제도와 달리, 협회의 선거규정은 등록비와 선거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모두 후보에게 부담한다.


이로 인해 그동안 금권선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현재까지도 아무런 개선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5억을 쓰면 낙선하고 6억을 쓰면 당선된다는 ‘5당 6낙’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公定)과 선(善)의 마음으로 3년을 봉사해야 할 자리에 돈 5~6억의 금권으로 당선된 사람이 앉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각종 이권이 걸린 사업들로부터 공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협회장 선거 개선 必… 선거 비용 폐지‧최소화 해야

고로 한국공인중재사협회장 선거는 바뀌어야 한다. 선거제도 규정을 개정해 각 급 단위의 선거를 할 때는 선거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협회 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입후보자의 선거등록금은 폐지하거나 최소화해 소신과 열정이 있는 회원도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봉사하고자 나선 회원에게 수억원의 비용을 요구한다거나, 선거비용이 없어 능력을 두고도 나서지 못하는 회원이 있어서 되겠는가? 기회의 균등을 넘어서 협회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구시대적 선거문화 폐습… 표몰이 ‘조직선거’


조직선거 또한 금권선거와 함께 사라져야 할 구태(舊態)이다.


조직선거는 영향력 있는 사람의 지지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조직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투표를 말한다. 30%중반의 투표율이 말해주듯, 다수의 회원들은 협회 선거에 관심이 없다. 무관심한 회원에게 후보자의 정보는 제한된다.


제한된 정보는 합리적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지역 조직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이어진다. 유권자가 속한 지역의 지부장, 지회장, 대의원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조직적인 투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번 13대 회장 선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 지역별 득표 현황을 살펴보면 바로 확인될 것이다. 각 단위의 조직장, 또는 대의원이 ‘표몰이’를 한다는 것은 한 표라도 아쉬운 후보자들에게는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투표와 금권선거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동안의 협회 선거를 보아도 실제로 지부장 출신의 후보가 회장에 당선돼왔다.


▲이을재 후보의 ‘클린 선거, 중간평가 공약’… 새 선거의 불씨 지펴

하지만 거센 눈보라에도 우뚝 선 나무는 있듯, 이번 선거에서도 분명 주목할 점은 있었다.


바로 이을재 후보의 선거운동이 그 실상이다. 이 후보는 구습(舊習)을 깨는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을 일으켰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선거기금을 모금하고, 더 나아가 자원봉사의 형태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선거기금도 다양해서 적게는 1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00만원에 이르기까지 후원금을 냈다.


무보수 자원봉사로 선거운동원에 등록해 지역에서 지지후보를 알리며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그간의 회장 선거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참신한 시도였다.


또한 이을재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는 ‘클린선거’와 ‘중간평가 서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스스로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에 앞장서 임기 중에 중간평가를 받아 회원의 신임을 확인하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클린선거 서약’은 선거기간 부정한 선거비용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 뒤에라도 사임하겠다는 약속이다. ‘중간평가 서약’은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위한 대의원총회를 소집해 공약이행 검증 등 업무평가를 받고 대의원 반수 이상의 신임을 받지 못하면 사임하겠다는 것이다. 정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회원의 의사에 반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아쉽게도 이을재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의 동참은 없었다. 하지만 이을재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은 선거의 한 획을 긋는 혁명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선거후원금 모금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선거운동은 협회의 선거역사에서 전무한 시도였다. 나아가 후보 자신의 ‘클린선거’와 ‘중간평가 서약’은 공명선거를 실천하고 회원을 섬기는 협회장이 되겠다는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기도 했다.


회원이 주체가 된 새로운 선거운동의 시도, 금권선거의 악습을 끊는 ‘클린선거’와 ‘중간평가 서약’은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를 넘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선거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는 득표율과 무관하게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승자로 이을재 후보를 지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용기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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