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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 [기고] 40대 모솔 '독거노총각'의 일상, 스타가 된 우리 시대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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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4-19 17:13 조회7,0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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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협회=기고] 유튜브를 즐겨보지 않는 필자가 꼭 찾아보는 채널이 하나 있다. 채널의 이름은 바로 ‘독거노총각TV’. ‘40대 남자 1인 가구의 현실, 3천만원짜리 아파트에서의 삶’이란 소박한 썸네일로 등장하는 그는 구독자 12만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다.  


처음 그의 영상을 접한 건 한 대학 동기의 추천이었다. 친구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유튜버”라며 그를 소개했다. 들어가 만난 독거노총각은 말 그대로 평범한 모습의 한 40대 남자였다. 보통 유명 유튜버라 하면 화려한 외모·입담, 특이성, 전문성, 유명성 등을 가지고 나오지만, 그에게서는 일말의 화려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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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독거노총각'[왼쪽]과 방송인 '이해인'[오른쪽]이 함께 유튜버 방송을 하고 있다)


그는 40년 넘게 한 번도 여자를 만나본 적 없는 ‘모태솔로’다. 조촐한 식탁에 올려진 김밥과 라면은 그가 자주 먹는 음식이다. “여자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신기루인가. 여자는 쉽게 오지 않는다”라고 속삭이는 그의 말투는 이제 채널만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유행어가 됐다. 매번 올라오는 그의 영상에는 매번 수백~수천의 댓글이 달린다. 초반에는 그가 결혼장려를 위해 정부에서 고용한 사람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그는 찐 노총각일 뿐이다.

  

그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컸다고 본다. 그리고 ‘꾸밈없는 현실’도 한몫을 했다.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신의 일상을 용기 있게 드러냈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1인 가구’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결혼 적령기를 지나 홀로 살면 뭔가 하자가 있는 듯 여겼지만, 지금은 도리어 비혼을 선택해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전 시대가 성공이라고 말했던 인생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이들이 많아지면서 ‘관심’의 초점도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에 힘입어 그는 몇몇 여성 유튜버들과의 합방 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채널을 통해 사건의 경위를 밝힌 후 “의도하진 않았지만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 시청자들은 대부분 “유명해지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인기를 이용하려는 여자들에게 이용당하지 말고, 더욱 방송에 집중해 성공해달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필자는 그를 보며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라고 생각도 했다. 어쩌면 그를 응원한다는 건 자의든 타의든, 나는 그렇게 살 용기가 없지만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으니, 계속 잘 살아달라는 무언의 공감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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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버 '독거노총각')


최근 그는 인기에 힘입어 다수의 협찬사로부터 ‘유료광고’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가 돈을 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건 다름 아닌 구독자들이었다. 어떤 채널의 구독자들이 유튜버가 유료광고를 받은 것에 이렇게 진심으로 기뻐해 줄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은, 훗날 그의 삶이 조금 달라졌을 때도 우리 사회가 그의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을지이다.


이 시대의 모든 1인 가구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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